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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에 하는 라섹.. 3일차에 쓰는, 글로만 전해도 생생한 후기개인/일상 2024. 12. 26. 15:32
※ 겁 많으신 분들은 수술할 마음 먹은거면 수술 전까지만 보고 후기는 보지 말고 그냥 가세요 😂 ※
n년차 직장인, 안식휴가를 취하고 있는 와중에, 다들 이런 여유가 또 언제있겠냐면서 여행이라도 다녀오라고 한다.
하지만 같은 지출이면 시력교정술 vs 여행 뭐가 더 나한테 가치 있을까 고민하다가 시력교정술로 결정 !
병원 비교하기
어차피 강남에선 가격 다 엇비슷하게 설정되어있다.
지인통해서 소개 받은 병원이 5개는 되었지만, 그 병원을 다 검색해보고 후기를 다 찾아봤다.
모두닥 통해서 가격도 확인하고 예약하고 검사 받아보자. 무료로 검사해주는 안과 다 나와있음.
카카오맵 , 네이버 플레이스, 모두닥 후기를 모두 봤고,
광고 같지 않은 개인블로그 후기도 몇개 찾아봤다.
검사해보고 수술 불가능할 수도 있으니,
무료로 검사해주는 곳에서 검사 먼저 해보는 게 좋음.
[검색 시 내가 고려했던 조건]- 병원설립일: 추후 관리도 받아야하는데, 히스토리를 볼 수 있는 장점이 있음.
- 의사: 수술 경험이 많은 의사. 근데 사실 선택한 병원은 공장형이라 성립하지 않았음.
- 장비: 안경점 아저씨가 말해줬는데, 어차피 수술은 전부 레이저로 하기에, 장비빨이 크다고 장비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음. 사실 무슨 기계가 가장 안전하고 최신장비인지는 모르겠음.. ㅎㅎ..
- 후기: 카카오맵에 후기 막아놓은 병원은 비추라는 글을 보았다. 그래서 걸렀다.. 결국 지인 추천이 의미가 없어짐 ㅋㅋ
권하는 수술은 병원마다 다르다
ㅇㄱㅈ안과의원에 갔더니, 각막이 너무 얇아서 라섹.라식 모두 안되고,
그나마 렌즈삽입술 해줄 수 있는데,
그것도 렌즈 들어갈 공간이 좁아서 추천하지 않는다고 한다.
결론은 하지말라는 뜻..이 말 듣고 시무룩해서 시력교정술을 포기해야겠다 했지만,
6일동안 렌즈 안끼고 버틴게 너무 억울해서
마지막으로 딱 한 곳만 더 가서 확인사살 받고 깔끔히 포기하려고 했다.
두번째 갔던 병원은 강남교보타워에 있는 ㅂㅇㄴ안과의원.
근데 웬걸, 각막도 얇고 공간이 좁아서 수술하기 좋은 환경은 아니지만,
라섹 한번쯤은 안전하게 가능할 것 같다고 하신다. (대신 나 같은 경우엔 각막강화술은 필수)
오히려 렌즈삽입술이 공간이 너무 좁아서 절대 안된다고 하신다.
사실 처음에 갔던 안과는 공장형 느낌이 아니어서 거기서 하고싶었던 것인데,
공장형이 시술 횟수가 엄청나게 많고 후기도 많아서 그렇게 겁내지 않아도 될 듯 했다.
라섹 + 각막강화술 + 혈청안약까지 하니 스마일라식이랑 가격이 똑같아졌다. ㅎㅎ
예상했던 가격이라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라섹이 가장 안전하다는 말이 많은 이유
나 진짜 겁 너무 많아서 그 상담실장님한테
"저 진짜 각막 너무 얇은데 깎아서 실명되는거 혹시 아니죠?"
"실명가능성은 얼마나 되나요?"
이러고 있었는데 다음과 같은 이유를 설명해주시면서 친절하게 안심시켜주심..- 라섹은 가장 오래된 수술이고, 그만큼 안정성이 높습니다.
- 각막을 가장 조금만 깎아도 되는 가장 안전힌 수술이에요.
- 실명가능성은.. 희박해요 ^^;;
참고로 병원마다 주력으로 하는 수술이 다르기 때문에 수술 종류 별 안정성 관련해서는 병원마다 입장이 다르다.
그럼에도 많은 안과에서 공통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라섹이 각막을 가장 적게 깎기 때문인지 부작용이 가장 적다고 한다.
그래도 고통이 가장 큰거.. 진짜 이거 무시 못함.
난 선택권이 없어서 라섹을 한거다.
라섹 전 TODO
- 선글라스나 모자 챙기기 등 병원에서 안내해주는 주의사항 잘 보고 가기
- 자외선 차단 & 블루라이트 차단 되는 투명안경 마련하기
선글라스 끼고 회사갈 수는 없는 노릇임. - 집에 이동경로에 방해되는 것들 치워놓기
첫날은 맹인으로 집에 귀가할 가능성이 95%정도임. - 뭐 들을지 정해놓기
난 밀리의 서재에서 히카시노게이고의 <용의자 x의 헌신> 을 들었는데, 이렇게 꿀잼인 걸 준비해놔야 둘쨋날의 아픔이 눈꼽만큼이라도 잊힘 - 1인 가구라면, 이틀 치 식량 먹기 제일 간편한걸로 준비해놓기
약은 먹어야하는데 너무 아프니 입맛이 없어서 꼴떡꼴떡 넘어가는 걸로 준비해야함
ex) 식사대용 프로틴, 그릭요거트 - 보호자 섭외하기
이거 병원에서 권유정도로 얘기하는데, 병원이 집이랑 10분거리인거 아니면 없으면 절대 안됨. 진짜 필수임.
아빠 감사합니다. - 충분한 수면
난 수술 끝나고 오면 바로 뻗을 생각으로 일부러 조금 자고 갔는데, 안약 넣어야해서 자면 안된다고 한다. 허튼 생각말고 잠을 충분히 자고 갔어야함. - 아이스팩 얼려놓기
첫날 너무 아파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는데 그나마 아이스팩이 있으면 인공눈물을 올려놓고 사용하면 시원해서 1초정도 통증이 잊힌다.. 물론 냉찜질은 안됨. - 회복에 필요한 시간, 휴가 준비하기
진짜로 최소 3일. 일상생활 복귀는 1주일이라고 함. 셋째날까지는 잘 보이지도 않음.
컴퓨터 직종이라서 휴직 아닐 때 주말에 했으면 큰일날 뻔.
수술 중
오징어 타는 냄새가 난다는 누군가의 후기..
확실한 건 그 냄새보다 불쾌했다..
진짜 타고 있는 건 내 각막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나보다.지익지익내 각막 긁히는 소리, 남들 후기와 똑같이 빨간점을 보고 있으라 한다.
평소에 멍을 잘 때리는 타입이라서 수술 전에 굉장히 자신 있었는데,
빨간점이 사라지면서 한 10초정도 지나면, '내가 어딜 보고 있었더라?' 하면서 동공이 살짝 움직일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리고 이어서 시력강화술에 돌입하면, 그 때마다 내가 눈을 감으려고 했나보다.
"눈 감지 마세요. 눈 감지 마세요."
ㅠㅠ 어차피 눈은 감기지 않지만, 눈을 감으면 눈동자가 위로 넘어가는 것일 거라고 짐작해본다. (희번득ㅎ)눈 감으려고 의도하지는 않았는데,
처음에 각막 깎는동안 은근히 시간이 걸려, 지쳐서 눈이 말을 안 듣나보다.
통증은 없지만 괴롭다. 환자가 협조를 잘 해내야한다는 것이 부담이었나보다.생각보다 길게 느껴졌다. 물론 실제로 수술 시간은 길지 않았다.
라섹 직후
안약들과 혈청안약과 인공눈물, 먹는 약, 잘 때 끼는 안대를 막 안겨주시는데,
뭐가 너무 많아서 각각의 용법을 모르겠다.
"이거 냉동실에 넣으시고 인공눈물 10분마다 넣으시고 ~
이건 2시간마다 넣으시고 ~
약국에서 ooo 약 받으시면 이것도 2시간마다 넣으시고,
렌즈빼고 넣는 약도 따로 주실 거에요."
네?ㅠㅠ
두번을 말해주셨는데, 입력이 안된다. 왜냐?
앞이 잘 안보이고 눈이 건조하고, 눈이 마취가 되어있어서 눈꺼풀이 느낌이 이상하고,
보호용 렌즈가 빠질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정신이 없어서 그렇다.
결론은 수술 후에 2시간 지나고부터 안약 넣으면 되니까,
집에 오는동안은 그냥 인공눈물만 계속 넣어주면 되었다.
계속 인공눈물 넣어줬던 이유는, 눈이 건조해져서 혹시라도 보호용 렌즈가 빠지면 많이 아플꺼고,
병원에서 멀리 계시거나 병원 문이 안열었으면 응급실 가야한다고 겁을 주셨기 때문이다..응급실은 절대 가는 일이 없도록 하자고 혼자 되뇐다.
1층에 약국가서 처방전을 내니 8만원이 넘는 금액을 결제한다..
약값이 뭐가 이렇게 비싸지? 이거 맞나? ㅋㅋㅋ
아프니까 막 정신 없이 결제를 했는데,
그정도의 가격이 되지 않아 보일 뿐더러,
여느 다른 약국처럼 처방전에 대한 금액도 써져있지가 않다.
결제영수증만 있을 뿐.. 찝찝..ㅋㅋ
지하주차장으로 가는 교보타워 엘리베이터는 한 10분정도 기다려야한다.
운 안좋으면 진짜 안옴.. 노답 ㅠㅠ
집에 오는길
난 12시반쯤 시술이 끝나서 가장 햇볕이 많이 드는 시간에 집에 가게 되었다.
딱 수술직후 30분~1시간정도 지나면서 집 가는 길에
마취가 풀리면서 고통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강남 주변에서 차가 정차돼서 20분 정도 그 자리에서 가지도 못하고 가만히 있었는데.. (아니 왜 이시간에 차가 이렇게 많냐고 ㅠㅠ)
그 때부터 갑자기 엄청난 고통이 시작되면서,
태양이 너무 눈부시니 눈은 못 뜨고, 아프고(그저 시린 고통 일 줄 알았던 내가 바보지)
주변 차들은 경적을 울려대니 공황장애가 오는 듯 하다.
자외선 차단율이 엄청 높은 어두운 선글라스를 썼는데도 아무 소용이 없다.
결국 선글라스에다가 모자로 눈을 덮는다.
와 진짜 어떻게 고통에 직면하는 이 상태로 날 집으로 보낼 수가 있지?
입원이라도 시켜줘야되는 거 아닌가?
정말 말도 안되는 아픔이다.
진통제 따위 듣지 않는다.
그렇게 강한 진통제인 이지엔6 프로조차
아무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아파서 울고 싶은데 안 울어도 이미 눈물이 주륵주륵 나는중..
눈물과 상관 없이 인공눈물 넣어줘야 한댄다.
옆에서 아빠가 "너 어렸을 적에 안경을 쓰고 싶다고 엄청나게 고집을 부렸다"면서
뭐라 뭐라 하시는데 아무 말씀도 들리지 않는다.
그냥 죽여줘.. 아니 살려줘..
당일 귀가 후
보이는 정도: 눈을 떠야 보든가 말든가 하지..
통증: 불지옥
너무 아파서 집에 빨리 가고 싶었지만, 집에 온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
눈알이 눈 안에서 굴러갈때마다 스윽스윽 생살 긁는 느낌이다. 진짜 기절할 뻔..
누가 유리잔 깨서 눈에 넣은것 같다고 표현했다는 데 딱 그거다.
너무 아파서 숨을 못쉬겠고, 진통으로 오는 스트레스가 오감으로 와닿는 느낌.준비해놓은 오디오북 따위 듣지 못한다. 너무 아파서 심심하지가 않다.
지금부터 48시간이 꼬박 아파야하는데, 이 시간을 어떻게 버텨낼지를 모르겠다.
입맛이 진짜 없어서 이날은 식사 따위 못한다. 그릭요거트라도 있어서 다행이지..
혼자 살기 때문에 보호자가 없어서 보호용렌즈 빠지는 이슈로 응급실행이면 진짜 큰일이다..
그것때문에 자다가 안약넣기 반복하려고 불안해서 잠도 약간 눕듯이 앉아서 잤다.
어차피 다음날도 낮동안 내내 쓰러져있어야하니 못 자도 됨.2일차
보이는 정도: 음.. 눈을 떠야 보이지..
통증: 지옥 탈출 선상 어딘가에 있지만 여전히 지옥이긴 함.
1일차보다는 확실히 덜 아픈 게 느껴져서 아침에 살짝 신났는데,
바로 다시 아프기 시작해서 조용히 눈감고 준비해두었던 오디오북이나 들음.
이날도 결국 종일 누워있었지만, 뭔가 들을 감각이 생긴다는 건 살만해졌다는 것.
입맛도 조금 돌아옴. 프로틴 타먹을 힘정돈 생김.
와중에 오디오북이 너무 재밌다.
밀리의 서재에서 <용의자 x의 헌신> 진짜 강추. 성우 녹음이라 너무 실감남..
연기도 막 해주시는 데 영화 안부러움.
난 원래 소설책은 다 읽는 편인데, 이건 읽는 것보다 듣는 거 추천해본다.3일차
보이는 정도: 눈은 뜰 수 있으니까 흐릿하지만 보이긴 보임.
통증: 점심부터는 거의 없음.
정신이 들고, 이틀만에 샤워해서 너무 행복하다.
눈에 물 안들어가게 샤워 잘해서 뿌듯해하고 밀렸던 카톡을 답장하는데,
눈이 안보임.
카톡, 폰트 설정 전부 글자크기 최대로 해놓음.
눈물이 멎어서 그런지 오후 쯤 되니, 눈에 붓기가 가라앉으면서 나의 소중한 쌍커풀이 다시 생김.
가벼운 산책 같은 일상생활 가능하지만 일단 가까운 물체도, 먼 물체도 흐릿하게 보임.
그치만 그저 아픔을 벗어났다는 것만으로 행복감이 가득하다.
형부한테서 괜찮냐고 연락이 왔는데, 안아프다는 것만으로 행복하댔더니
"자의든 타의든 이런 일 한번 있으면 안 아프고 몸 건강한거에 감사함을 느끼죠." 라는 말을 하신다.
진짜 인정.. 건강한 것에 다시 한번 감사하는 하루
4일차
보이는 정도: 점점 선명해지는 게 느껴진다 얏홍
통증: 없음.
그저 행복하다. 그래도 안약 계속 넣어주는 거 잊지말자.
난, 각막이 얇아서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였기 때문에 관리 잘해야 한다.이 글을 마치며..
눈은 이제 안아픈데 안보이길래 안과에 전화해서 물어보니,
원래 일주일정도 지나야 좀 선명해진다고 한다.
이후에 진짜 시력안정되려면 라섹은 시간이 좀 걸리는데,
6개월~1년까지도 걸린다고 한다.
누가 라섹은 멘탈싸움이라고 써놨더라.
선생님 제 시력 안정되는거겠죠...?
이후에 광명을 찾는 후기를 들고 오겠습니다.
생각보다 큰 용기가 필요했던 라섹..
괴로웠던 후기
- 끝 -